"AI에 일 통째로 넘기면 역량이 안 남는다"…이중학 교수의 제언
이중학 동국대 교수는 AI를 많이 쓰는 것보다 업무를 단계별로 쪼개 다시 설계하는 일이 먼저라고 했다. 문제 설정과 과정 점검, 결과 검증은 사람이 맡고 조직은 시행착오를 받쳐 줘야 한다는 제언이다.

SK텔레콤 뉴스룸이 이중학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칼럼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실었다. 이 교수는 AI 사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업무를 단계별로 나누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쪼갠 뒤 사람과 AI가 맡을 역할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일을 처리해도 판단과 결과의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 어디까지 맡길까
이 교수는 일을 나누는 단위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사람끼리 일을 나누고 각자 AI를 도구로 썼다. 이제는 하나의 업무 안에서 사람과 AI가 서로 다른 단계를 맡는다. 보고서 작성도 문제 설정, 자료 수집, 분석, 초안 작성, 검토와 결정으로 쪼개야 AI에 맡길 부분을 고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사례로는 SK텔레콤의 ‘AX 혁신 2.0’을 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이를 발표하면서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AI(에이전트)에 사번과 소속, 직무와 권한을 줬다. 기존 업무를 AI 기반으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AX 샌드박스’도 도입했다. 이 교수는 업무 단계마다 사람과 AI의 역할을 새로 나눈 사례로 꼽았다.
AI 답을 그대로 내면 어떨까
칼럼이 인용한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는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244명이 AI와 주고받은 약 5,000건을 분석한 연구다. 전 과정에서 AI와 결과를 주고받은 ‘사이보그’형은 원래 가진 업무 전문성을 지키면서 AI 활용 역량까지 얻었다. 일부 단계에만 AI를 쓴 ‘켄타우로스’형은 세 유형 가운데 결론의 정확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업무를 통째로 AI에 넘긴 ‘셀프 오토메이터’형은 업무 전문성도, AI 역량도 새로 쌓지 못했다. 이 유형의 44%는 AI가 내놓은 답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제출했다. 이 교수는 자기 업무 방식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일부 단계부터 AI를 쓰는 편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라고 봤다. 길게 보면 전 과정에서 AI와 함께 생각하고 고치는 방식을 권했다.
사람이 갖춰야 할 역량으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무엇을 해결할지 먼저 정하고, AI가 작업하는 동안 방향을 바로잡고, 마지막 답을 확인하는 일이다. 칼럼은 와튼스쿨 연구도 인용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AI에 물어본 경우 잘못된 답을 그대로 따른 비율이 약 80%였다며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입 초기에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이 교수는 AI 도입 초기의 시행착오를 배우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거로는 ‘AX의 J커브’를 들었다. 정재헌 SK텔레콤 CEO가 9월 1일 SK텔레콤과 서울대의 AI 공동과정 특강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AI를 도입한 직후에는 생산성이 떨어지다가 일정 시점을 지나면 가파르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 기간에 AI에 맡길 기준과 사람이 끼어들 시점을 익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럼의 제언은 개인의 활용법에서 조직의 성과 관리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초기부터 성과를 다그치면 구성원이 일을 통째로 AI에 넘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조직이 실험할 시간과 도구, 실패를 감당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무 현장에서 볼 지점으로는 AI 사용량보다 역할 분담과 검증 절차, 시행착오를 받쳐 주는 여건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