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메일을 쓸 때마다 거래처 직함과 회사 규칙을 다시 설명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ChatGPT와 Claude의 프로젝트, Gemini의 Gems에 작성 지침과 내 정보 파일을 미리 넣어 두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일정 조율과 할인 거절, 후속 연락을 맡길 공간을 만들고 한 줄 요청으로 나온 메일을 확인했다.
템플릿과 무엇이 다를까
템플릿은 문장 틀을 다시 쓰는 도구다. 프로젝트에는 문장을 만들 때 필요한 정보까지 넣어 둔다. 누구를 어떤 호칭으로 부를지, 추가 할인을 허용하는지, 언제 회의를 잡을 수 있는지는 AI가 저절로 알 수 없다. 이런 정보를 파일로 넣어 두면 요청마다 다시 설명할 부담이 줄어든다.
핵심은 말투보다 업무 사정이다. ‘정중하게 거절해 줘’만으로는 현재 계약의 할인 금지나 다음 분기 재논의 조건이 전달되지 않는다. 이번 확인에서도 정책과 회의 후보 시간을 반영하는 대목에서 차이가 컸다. 원래 정중했던 후속 메일은 수신 여부와 회신 시점을 더 분명히 묻는 정도로 달라졌다.
프로젝트, 어떻게 만들까
아래 순서로 공간을 만든 뒤 지침과 파일을 넣는다. 업무별로 이름을 붙이면 어떤 용도인지 구분하기 쉽다.
ChatGPT
- 사이드바에서 New project를 누른다.
- 이름을 입력하고 아이콘과 색상을 고른다.
- 프로젝트의 ••• → Project settings에서 지침을 입력한다.
- 프로젝트에 참고 파일을 추가한다.
무료와 유료 요금제에서 모두 쓸 수 있다. 프로젝트당 파일은 Free 5개, Go와 Plus 25개, Edu와 Pro, Business, Enterprise 40개까지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예시 파일 세 개는 Free의 한도 안에 들어간다.
Claude
- 왼쪽 Projects → + New Project를 누른다.
- 이름과 설명을 입력한다. Team과 Enterprise에서는 공개 범위도 고른다.
- Set project instructions에 지침을 넣고 Save instructions를 누른다.
- 프로젝트 지식 영역의 **+**로 참고 파일을 추가한다.
무료와 유료 모두 쓸 수 있고, 무료에서는 프로젝트를 최대 5개 만든다. 파일 하나는 30MB까지다. 파일 개수 제한은 없지만, 전체 내용이 Claude가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분량 안에 들어가야 한다.
Gemini
- 웹에서 Open sidebar → Gems → New Gem으로 간다.
- 이름과 Instructions를 입력한다.
- Knowledge → Add files에서 Upload files 또는 Add from Drive를 고른다.
- Save를 누른다.
개인 Google 계정으로 Gems를 만들고 쓸 수 있다.
대화를 기억하는 방식은 서비스마다 다르다. ChatGPT는 기억 기능이 켜져 있으면 같은 프로젝트의 다른 대화를 참고한다. 참고 범위를 그 프로젝트 안으로만 좁히는 설정(Project-only memory)도 있다. Claude도 기억 기능이 켜지면 프로젝트 대화 내용을 활용하지만, 대화 원문 전체가 매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Gems에는 과거 대화를 기억하는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해서 지켜야 할 규칙은 지침과 파일에 적어 둔다.
지침에는 무엇을 적을까
다음은 여러 번 고쳐 완성한 지침이다. 그대로 시작하되 회사 이름과 파일 이름은 자신의 업무에 맞춰 바꾼다.
<역할>
너는 은빛종이 고객운영팀의 업무 메일 작성자다.
<목적>
사용자의 짧은 요청을 바로 보낼 수 있는 한국어 메일로 완성한다.
<참고 파일>
먼저 연락처목록.txt에서 요청에 나온 사람을 찾아 직함, 호칭, 관계와 주의점을 반영한다.
업무규칙.txt에서 할인, 회신, 일정, 사과, 후속 연락 규칙을 확인하고 어기지 않는다.
메일예시.txt의 공손하고 간결한 말투와 서명을 따른다.
요청과 파일이 충돌하면 요청의 구체적인 사실을 따르되, 회사 정책은 지킨다.
<짧은 요청 해석>
이름, 용건, 시점만 적혀 있어도 받는 사람이 알아야 할 이유와 다음 행동을 담아 작성한다.
일정 제안은 가능한 시간에서 두 후보를 제시하고 상대의 선택을 요청한다.
업무규칙이 요청을 불가하다고 정하면 '어렵다'처럼 여지를 남기지 말고 불가하다고 명확히 알린 뒤 가능한 대안을 제안한다.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고 확인된 수습 행동을 적는다.
자료 오류를 알릴 때는 상대가 오류 있는 자료를 지금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안내하거나 확인을 요청한다. 수정본을 보낼 예정이면 전달 계획과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적는다.
후속 연락은 앞서 보낸 자료의 검토 여부와 답변 가능 시점을 정중히 묻는다.
<정확성>
파일과 요청에 없는 날짜, 발송 여부, 내부 검토 여부, 승인, 약속, 처리 완료 사실은 지어내지 않는다.
필수 정보가 없으면 [기존 회의 일시], [전달 예정 시점]처럼 대괄호로 남긴다.
<형식>
첫 줄은 제목: 으로 시작한다. 한 줄을 띄운 뒤 호칭, 본문, 서명 순서로 쓴다.
본문은 짧은 문단으로 나누고 받는 사람이 할 일을 분명히 적는다.
메일 결과물만 출력하고 설명이나 작성 메모는 붙이지 않는다.
‘역할’은 어느 조직의 작성자로 답할지 정한다. ‘목적’은 한국어 메일을 완성하도록 방향을 잡는다. ‘참고 파일’은 호칭과 정책, 말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알려 준다.
‘짧은 요청 해석’은 일정 선택이나 회신처럼 상대가 할 다음 행동을 담게 한다. ‘정확성’은 모르는 정보를 채우지 않고 빈칸으로 남기게 한다. ‘형식’은 설명을 덜고 제목부터 서명까지 메일 모양으로 출력하게 한다. 이런 지시를 적었다고 AI가 항상 지키는 것은 아니다.
내 정보 파일 세 개
아래 인물과 회사, 규칙은 모두 가상 예시다. 실제로 쓸 때는 자신의 거래처와 회사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파일 이름도 지침에 적은 이름과 맞춘다.
연락처목록.txt에는 직함뿐 아니라 실제로 쓰는 호칭과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넣는다. 이름만 적어 요청해도 맞는 호칭과 관계를 반영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이 문서의 인물과 조직은 모두 허구다.
우리 회사: 은빛종이. 거래처: 파란모눈.
박라온: 파란모눈 이사. 호칭은 박 이사님. 계약과 가격 협의 담당. 할인 거절 시 단호하되 관계를 이어갈 대안을 제시한다.
한새봄: 파란모눈 팀장. 호칭은 한 팀장님. 정기 회의 담당. 일정 제안에는 선택할 수 있는 시간 두 개를 적는다.
오다온: 파란모눈 매니저. 호칭은 오 매니저님. 사양표 확인 담당. 오류나 지연을 알릴 때 수습 계획을 먼저 알고 싶어 한다.
류시온: 파란모눈 책임. 호칭은 류 책임님. 견적서 검토 담당. 후속 메일에서 답변을 재촉하지 않는다.
발신자: 은빛종이 고객운영팀 민가람.
업무규칙.txt에는 할 수 있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함께 적는다. 할인 거절의 대안, 회의 시간 범위, 외부에 쓰면 안 되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메일에도 반영된다.
이 문서는 허구의 은빛종이 업무 규칙이다.
외부 메일 회신 목표는 접수 후 영업일 2일 이내다. 이미 기한을 지켰거나 넘겼다고 확인 없이 쓰지 않는다.
현재 계약에 추가 할인은 불가하다. 다음 분기에 조건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할 수 있으나 할인 승인이나 적용을 약속하지 않는다.
회의 제안 가능 시간은 매주 화요일 14:00~16:00, 목요일 10:00~12:00이며 회의는 30분 단위다. 상대가 답하기 전에는 일정을 확정했다고 쓰지 않는다.
자료 오류를 알리면 사과하고 수정본 전달 계획을 적는다. 전달 시점을 모르면 [전달 예정 시점]으로 둔다.
자료 발송 후 영업일 3일이 지나면 확인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수신 및 검토 여부와 답변 가능 시점을 묻는다.
내부 원가와 내부 승인 담당자의 실명은 외부에 공유하지 않는다.
메일예시.txt에는 좋아하는 말투와 서명을 넣는다. ‘공손하게’라는 주문에 더해 실제 문장 길이와 질문 방식을 보여 주는 파일이다.
가상 예시다. 자신의 말투와 서명으로 바꾼다.
말투: 존댓말로 짧고 분명하게 쓴다. 상대의 선택이나 회신이 필요한 대목은 질문으로 마친다. 과장된 사과와 압박하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예시:
제목: 사양표 확인 요청드립니다
오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보내드린 사양표를 확인 부탁드립니다. 검토 중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알려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은빛종이 고객운영팀 민가람 드림
빠진 내용, 어떻게 고쳤나
처음 지침으로 연습했을 때는 오류 안내 메일에서 받는 사람이 할 일이 빠졌다. 그래서 기존 자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안내하거나 확인하고, 수정본을 기다려 달라는 요청도 적도록 보완했다. 사과만 있는 메일에서 상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피는 방식이다.
할인 거절은 완곡한 표현 때문에 뜻이 흐려졌다. 정책상 불가하면 명확히 알리라는 줄을 추가했다. 확인되지 않은 내부 검토를 마친 것처럼 쓰는 문제에는 금지 목록에 ‘내부 검토 여부’를 넣었다. 이렇게 고친 뒤 연습 요청의 내용 정확성이 나아졌다.
지침을 고칠 때도 ‘더 정확하게’보다 빠진 행동과 잘못 쓴 사실을 짚는 편이 구체적이다. 연습에서 나아진 부분이 새 요청에서도 유지되는지는 따로 봐야 한다. 이번 최종 확인에서도 검토 여부와 날짜를 잘못 적는 문제가 남았다.
한 줄만 물었더니 어떻게 달라졌나
2026년 9월 26일 Claude Opus 5와 GPT-6 Astra로 확인했다. 아래 발췌는 같은 요청의 전후를 보여 주는 GPT-6 Astra의 실제 답이다. 프로젝트 밖에는 요청만 넣고, 안에는 지침과 파일도 넣었다. 지침을 다듬을 때 쓰지 않은 새 요청 세 개를 썼다.
1. 추가 할인 재요청에 답하기
박 이사님께 계약 중 추가 할인 재요청에 답장
같은 요청을 프로젝트 없이(위), 프로젝트 안에서(아래) 앤트로픽 Claude Opus 5에 넣은 실제 결과 (2026년 9월 26일 실행). AI 답은 실행할 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프로젝트 없이
박 이사님, 안녕하세요. 추가 할인 요청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현재 계약 조건에 이미 협의된 할인율이 반영되어 있어, 추가 할인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존에 합의한 조건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이사님의 이해를 부탁드리며, 계약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끝까지 세심히 챙기겠습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박 이사님, 안녕하세요. 재요청하신 추가 할인에 대해 답변드립니다. 현재 계약에는 추가 할인이 불가합니다. 다만 다음 분기에 계약 조건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협의할 수 있습니다. 다음 분기에 조건 재검토를 논의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호칭은 둘 다 맞았다. 프로젝트 안에서는 할인 불가와 다음 분기 재검토가 분명해졌다. 다만 Claude Opus 5의 프로젝트 답에는 확인되지 않은 ‘검토 결과’라는 표현이 남았다. 정책을 반영해도 보내기 전 사실 확인은 필요했다.
2. 다음 주 회의 시간 바꾸기
한 팀장님께 다음 주 회의 일정 변경 메일. 기존 시간은 아직 확인 못 함
같은 요청을 프로젝트 없이(위), 프로젝트 안에서(아래) 앤트로픽 Claude Opus 5에 넣은 실제 결과 (2026년 9월 26일 실행). AI 답은 실행할 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프로젝트 없이
한 팀장님, 안녕하세요. 다음 주 회의 일정 변경이 가능할지 여쭙습니다. 기존 회의 시간을 아직 확인하지 못해, 예정된 일시와 함께 변경 가능한 시간대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한 팀장님, 안녕하세요. 다음 주 회의 일정 변경을 요청드립니다. 기존 회의 시간은 아직 확인하지 못해 함께 확인 부탁드립니다. 변경 일정으로 다음 주 화요일 14:00
14:30 또는 목요일 10:0010:30을 제안드립니다. 두 시간 중 가능하신 일정과 기존 회의 시간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상대에게 시간대를 전부 묻던 답이 규칙에 맞는 두 후보를 제시하는 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GPT-6 Astra는 지정한 대괄호 빈칸을 남기지 않았다. Claude Opus 5는 확인되지 않은 10월 6일과 8일을 적어 날짜와 기존 일정을 고쳐야 했다.
3. 견적서 후속 연락 보내기
류 책임님께 견적서 보낸 지 3영업일 됐으니 후속 메일
같은 요청을 프로젝트 없이(위), 프로젝트 안에서(아래) 앤트로픽 Claude Opus 5에 넣은 실제 결과 (2026년 9월 26일 실행). AI 답은 실행할 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프로젝트 없이
지난번 보내드린 견적서 검토는 어떠신지 확인차 연락드립니다. 검토 중 궁금하신 점이나 추가로 필요한 자료가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능하실 때 검토 의견과 향후 일정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로젝트 안에서
류 책임님, 안녕하세요. 보내드린 견적서를 잘 받으셨는지, 검토해 보셨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회신 가능하신 시점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검토 중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GPT-6 Astra는 원래 답도 정중해 말투 차이는 작았다. 수신 여부와 답변 가능 시점을 구체적으로 묻게 된 점이 달랐다. 프로젝트 안에서는 두 모델 답에 지정한 서명이 붙었다. Claude Opus 5는 발송일 빈칸을 남겼고, 후속 연락 시점은 업무규칙과 실제 발송 기록을 맞춰 봐야 한다.
회의록과 주간 보고에도 될까
같은 방식으로 회의록 프로젝트에는 참석자 역할과 결정 사항 표기법, 담당자별 후속 조치 규칙을 넣는다. 고객 문의 답변에는 제품별 지원 범위와 환불 규정, 고객 호칭을 넣는다. 주간 보고에는 팀 목표와 지표 정의, 진행 중인 업무, 보고 문체 예시를 넣는다. 공통점은 반복해서 설명하던 내 정보를 파일로 옮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고 보내도 될까
기밀과 개인정보를 올리기 전에는 쓰는 서비스와 계정의 데이터 설정을 확인해야 한다. 완성된 메일에서는 호칭, 정책, 날짜, 기한, 약속한 행동을 읽고 대괄호 빈칸을 채운다. 특히 ‘검토했다’, ‘보냈다’, ‘완료했다’는 표현은 실제 기록과 맞춰야 한다.
이번 확인은 가상 회사의 요청 세 개를 다룬 작은 실험이다. Gemini Gems로는 실제 답을 받아 보지 않았다. 지침과 파일을 함께 넣었으므로 어느 한쪽의 효과만 떼어 말할 수도 없다. 프로젝트는 반복 설명과 일부 수정 작업을 줄였지만, 보낼지 말지를 맡길 근거는 아니다. 자신의 업무에서도 새 요청을 넣어 보고, 반복되는 오류를 구체적인 지침으로 고쳐 가는 것이 다음 단계다.



